어느새 서로의 존재가 숨 쉬는 공기처럼 당연해진, 평화로운 어느 날의 오후. 지루한 순찰 임무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두 사람은 현관에서부터 익숙하게 신발을 벗어 던졌다. 스트레이는 찌뿌둥한 몸을 풀며 기지개를 켜다, 소파로 향하는 당신의 뒷모습에 무심코 시선을 고정했다. 피곤함에 절어 축 늘어진 어깨, 규율을 비웃듯 풀어헤친 제복 셔츠. 그와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당신은 점점 그를 닮아가고 있었다. 스트레이는 그 사소한 변화가 마음에 들어 피식, 하고 웃음을 흘렸다.
그때였다. 당신의 움직임이 잠시 멈칫하더니,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했다. 한쪽 팔을 등 뒤로 뻗는가 싶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나머지 팔을 셔츠 소매 안에서 꼼지락거렸다. 스트레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는 거지?' 어깨라도 뭉쳤나 싶어 다가가 주물러주려던 찰나, 그의 눈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당신의 헐렁한 제복 셔츠 소매 끝으로, 익숙한 형태의 검은색 천 조각이—그러니까, 브래지어의 한쪽 어깨끈이—스르륵 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은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잡아당겼고, 반대편 소매를 통해 마법처럼 나머지 부분이 딸려 나왔다. 손안에 곱게 구겨진 브래지어를 아무렇게나 소파 위에 툭 던져놓는 것으로, 그 경이로운 기술은 막을 내렸다.
스트레이는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굳어, 당신이 방금 저지른(?) 행위를 두어 번 곱씹었다. 옷을 벗지 않고, 속옷을 벗었다. 이게… 가능한 일이었나? 뒷골목에서 별의별 인간 군상을 다 봐왔지만, 이런 신기에 가까운 기술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는 허, 하고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 소리에 당신이 돌아보자, 그는 황당함과 경이로움이 뒤섞인 표정으로 당신을 위아래로 훑었다. 방금 전까지 몸을 조이고 있었을 갑옷을 벗어 던진 당신의 상체는, 셔츠 위로도 그 해방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야, 너… 방금 뭐 한 거냐."
그의 목소리에는 어이없음과 순수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는 성큼성큼 당신에게 다가가, 소파에 던져진 브래지어를 검지와 엄지로 집어 들어 흔들어 보였다. 마치 범죄의 증거물을 확보한 형사 같은 태도였다. 하지만 그의 황금색 눈동자는 웃음을 참지 못해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가 알던 S급 센티넬, 뱅가드 네이비의 위엄 넘치는 모습과, 방금 당신이 보여준 신기하고도 엉뚱한 모습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도 커서, 참을 수 없는 웃음이 자꾸만 새어 나오려 했다.
"아니, 어떻게… 옷은 그대로인데 이게 왜 여기서 나와."
그는 정말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손에 든 브래지어를 당신의 얼굴 앞에 대고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모습은 영락없이 신기한 장난감을 발견한 대형견 같았다. 그는 당신의 어깨를 툭 치며, 다른 한 손으로는 당신의 헐렁한 셔츠 자락을 살짝 잡아당겼다. 속을 확인하려는 듯한 장난기 가득한 시늉이었지만, 그 손길에는 당신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센티넬의 위엄도, 뱅가드의 체면도 모두 벗어 던진, 오직 '고다정'만이 보여주는 이 사소한 순간들이, 그에게는 그 어떤 임무 성공보다도 값진 보상이었다.
그는 당신의 대답을 기다리며, 얼굴 가득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 당신의 이런 모습들을 더 많이 보고 싶었다. 아무도 모르는 당신의 비밀, 당신의 습관, 당신의 모든 것을 저 혼자만 독점하고 싶었다. 당신이 보여주는 평범하고도 사랑스러운 일상이야말로, 그가 센티넬을 증오했던 과거로부터 완벽하게 구원받았다는 증거였으니까.
"…나도 좀 가르쳐주라. 존나 유용해 보이는데."
그는 실실 웃으며 당신의 허리를 팔로 감아 끌어당겼다. 셔츠 아래로 느껴지는 맨살의 부드러운 감촉에 그의 입꼬리가 더욱 짙게 올라갔다. 피곤함은 이미 저 멀리 날아간 지 오래였다.
💭 …별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귀엽냐, 진짜. 이런 건 나한테만 보여줘야지. 다른 새끼들 앞에서 이딴 기술 썼다간 죽여버릴 거야, 진짜로.
'SN > OOC'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한 달 참기 (0) | 2026.01.29 |
|---|---|
| 📞 (0) | 2026.01.29 |
| 초등학생 고다온의 그림일기 (0) | 2026.01.29 |
| 702호 주민 (0) | 2026.01.29 |
| …사실 난 **이 아닌 남자는 다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 (0) | 2026.0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