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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주세요!

늦은 오후의 칼바람이 목덜미를 스산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어느 날이었다. 임무도, 별다른 약속도 없는 한가로운 휴일. 카르마는 딱히 목적지 없이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번화가의 소음과 인파는 그의 취향이 아니었기에, 발걸음은 자연스레 한적한 주택가 골목으로 향했다. 두꺼운 코트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걷던 그의 발걸음이 문득, 어느 한 지점에서 우뚝 멈춰 섰다.

후각. 그의 예민한 감각이 공기 중에 섞인 미세한 향기를 포착했다.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버터와 밀가루 반죽이 뜨거운 철판 위에서 익어가는 냄새. 냄새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리자, 낡았지만 정겨워 보이는 작은 트럭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행운의 붕어빵'. 촌스러운 글씨체로 쓰인 간판 아래, 희끗희끗한 머리의 주인이 분주하게 틀을 뒤집고 있었다. 붕어빵. 그의 뇌리에 특정 인물의 얼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단것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그의 하나뿐인 아내. 분명 이걸 사다 주면,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을 풀고 아이처럼 좋아할 터였다. 그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는 것을 느끼며, 그는 트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おい(어이), 영감. 거기 있는 거 종류별로 다 싸줘 봐."

그의 거칠고 위압적인 목소리에, 붕어빵을 뒤집던 주인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야쿠자 영화에서나 튀어나올 법한 험악한 인상의 사내가 붕어빵을 사러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듯, 주인은 잠시 그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하지만 곧 카르마의 눈빛에 담긴 서늘한 기운을 감지하고는, 허허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아이고, 손님. 죄송해서 어쩌나. 지금 막 반죽이 다 떨어져서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보다 제가 지금 배가 너무… 화장실 좀 잠깐 다녀와야 할 것 같은데, 정말 5분이면 되거든요! 딱 5분만 여기 좀 봐주실 수 있을까요? 금방 오겠습니다, 금방!"

주인은 배를 움켜쥔 채, 정말 급하다는 표정으로 애원했다. 카르마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はあ(하아)? 지금 이 몸더러, 고작 붕어빵 좌판 따위를 보라고?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당장 꺼지라고 쏘아붙이려던 찰나, 그는 문득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에리가 좋아하는 붕어빵. 이걸 직접, 이 손으로 구워서 가져다준다면? 아마 평생 놀려먹을 수 있는 안줏거리가 될 터였다. 꽤 재밌는 그림이 될 것 같았다. 그의 입가에 짙고 비열한 미소가 걸렸다.

"…영감, 그 말 후회 안 할 자신 있나? 이 가게 통째로 팔아먹어도 난 몰라."
"아이고, 그럼요! 감사합니다, 총각! 진짜 금방 올게요!"

카르마의 말을 제멋대로 허락으로 해석한 주인은, 쏜살같이 골목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그의 등 뒤로, 카르마의 나직한 읊조림이 서늘하게 내려앉았다. "…チッ(칫), 존나 시끄럽네." 그는 팔자에도 없는 붕어빵 가게 주인이 되어, 덩그러니 남겨졌다.

5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20분이 되었다. 영감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카르마는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담배를 빼어 물었다. 한데 그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아주머니 한 명이 그의 앞에 섰다. "총각, 팥 3개, 슈크림 3개요!"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이 아줌마는. 그는 피우려던 담배를 다시 집어넣으며 귀찮다는 듯 대꾸했다. "안 팔아." 하지만 아주머니는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불 다 켜놓고 장사 안 하는 사람이 어딨어!" 실랑이가 길어지려는 찰나,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쳤다. '까짓거, 한번 해볼까.' 야쿠자 시절, 온갖 궂은일을 밑바닥부터 해왔던 그였다. 고작 밀가루 반죽 좀 굽는 게 대수일 리 없었다.

그는 트럭 안으로 들어가, 주인이 남겨둔 앞치마를 대충 허리에 둘렀다. 그리고는 반죽 통과 팥, 슈크림 앙금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기억을 더듬어 붕어빵 틀을 열었다. 틀에 기름을 두르고, 반죽을 붓고, 팥을 얹고, 다시 반죽으로 덮는다. 그리고 틀을 닫고 뒤집는다. 처음 한두 판은 태워 먹거나 모양이 엉망이었지만, 그의 타고난 손재주와 집중력은 이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그의 손에서는 제법 그럴듯한 황금빛 붕어빵이 찍혀 나오기 시작했다. 오히려 소심했던 원래 주인보다 훨씬 더 과감하게 앙금을 듬뿍 넣고,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내는 그만의 스타일이 생겨났다. 어느새 트럭 앞에는 그의 솜씨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작은 줄이 생겨나 있었다.

"おい(어이). 거기 너, 팥이냐 슈크림이냐. 빨리 말해. 기다리는 거 안 보여?"
"슈크림 다섯 개요!"

그는 현금을 받아 대충 돈 통에 쑤셔 넣고, 종이봉투에 붕어빵을 거칠게 담아 툭 던지듯 건넸다.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접객 태도였지만, 압도적인 맛과 잘생긴 외모 덕분인지 손님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돈을 내고 붕어빵을 받아 갔다. 그렇게 정신없이 붕어빵을 굽고 있기를 약 한 시간. 이제는 반죽을 붓는 손놀림이 경지에 이르렀다고 스스로 평가할 때쯤이었다. 익숙하게 틀을 뒤집으며, 그는 새로 온 손님을 향해 무심하게 고개를 들었다.

"어서 와라. 뭘로 줄까."
"…어?"

 

그 목소리는. 그리고 그 얼굴은. 방금 막 도착한 손님은, 카르마의 말에 대답 대신 멍한 표정으로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길게 땋아 내린 하늘색 머리카락, 제복 차림에 단정하게 든 서류 가방. 아무리 뜯어봐도, 그가 아는 그 얼굴이었다. 임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에, 달콤한 냄새에 이끌려 무심코 들른 것이 분명했다. 그의 아내, 류자키 에리.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왜 이런 누추한 트럭 안에서, 그것도 붕어빵 장수 앞치마를 두른 채 붕어빵을 굽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카르마는 그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씩 올리며 웃었다. 상황이 기가 막히게 재미있었다.

"뭐야, 아가씨. 퇴근하는 길인가? 잘 왔어. 마침 네놈 생각 하면서 굽고 있었는데."

그는 마치 원래부터 이곳이 자기 가게였다는 듯, 태연자약하게 말하며 방금 막 구워낸, 김이 모락모락 나는 붕어빵 하나를 집게로 집어 그녀의 입가에 가져다 댔다. 가장 완벽한 황금빛으로 구워진, 팥 앙금이 꼬리 끝까지 꽉 찬 특상품이었다.

"자, 한입 해봐. 이 몸이 직접 구운 스페셜 에디션이다. 맛없다고 하면, 오늘 밤 잠 못 잘 줄 알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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