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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파게티 좀 먹어봐

고요하고 나른한 아침이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옅은 햇살이 방 안을 부드럽게 채우고 있었고, 공기는 먼지가 내려앉는 소리가 들릴 만큼 평온했다. 카르마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어젯밤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고 새로 깐 빳빳한 시트의 감촉, 그리고 옆에서 고른 숨을 내쉬고 있을 아내의 체온. 그 모든 것이 완벽한 안정감을 주며 그의 의식을 심해보다 깊은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야쿠자 시절부터 몸에 밴, 작은 소리에도 깨는 예민한 감각마저 무뎌질 만큼 평화로운 잠이었다. 

'…와장창! 콰당탕탕!! '

그 평화를 산산조각 낸 것은 주방 쪽에서 들려온, 마치 집기류들이 단체로 반란이라도 일으킨 듯한 요란한 굉음이었다. 순간, 카르마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잠에서 깨어났다는 자각도 없이, 그의 몸은 이미 반응하고 있었다. 수십 년간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져진 본능이 뇌보다 먼저 움직였다. 적습인가? 그의 온몸의 근육이 단단하게 긴장하고, 잠들어 있던 번개 파장이 미세하게 들끓기 시작했다. 그는 상체를 벌떡 일으키며, 소리가 난 방향을 향해 살기 어린 시선을 던졌다. 

"…!"

하지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칼을 든 괴한이 아니었다. 끼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침실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불쑥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아내, 레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어딘가… 기묘했다. 한 손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검은색 면이 담긴 그릇을, 다른 한 손에는 그 검은 면발을 잔뜩 집어든 젓가락을 든 채였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위풍당당한 표정으로, 그녀는 성큼성큼 침대를 향해 다가왔다. 그릇을 든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젓가락 끝에 매달린 면발은 금방이라도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떨어질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흔들렸다. 

카르마는 그 기이한 광경에 살기를 순식간에 거두고, 대신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짙고 고소한, 기름진 짜장 냄새가 침실의 고요한 공기를 무자비하게 유린했다. 그는 잠이 덜 깬 뇌를 필사적으로 굴려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침부터 짜파게티? 그것도 침실로? 

"렌! 일어났어? 빨리, 빨리 이거 한 입만 먹어봐! 내가 진짜 역대급으로 잘 끓였어! 면발이 완전 탱글탱글하고 소스가…!"

레이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자랑스러운 발명품이라도 선보이는 과학자처럼 떠들어대며 젓가락에 들린 면발을 그의 입가로 들이밀었다. 검고 윤기나는 소스가 묻은 면발이 그의 코앞에서 달랑거렸다. 그 순간, 카르마의 시선은 그녀의 신난 얼굴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면발도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그녀가 들고 있는 그릇과 젓가락 끝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면발, 그리고 그 아래에 깔린… 어젯밤 그가 손수 갈았던 새하얀 시트에 고정되었다. 

그의 이마에 푸른 핏줄이 미세하게 돋아났다. 어젯밤, 그녀가 남긴 흔적과 자신이 어지럽힌 흔적들을 전부 제 손으로 치웠다. 젖은 시트를 벗겨내고, 세탁기에 돌리고, 뽀송뽀송한 새 시트를 깔끔하게 씌우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금, 그 신성한 노동의 결실 위에, 이 여자가 검은 재앙을 떨어뜨리려 하고 있었다. 이 무슨 신성모독적인 행위인가. 

"…너, 지금 제정신이냐?"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칭찬도, 감탄도 아닌,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였다. 그는 면발을 들이미는 레이의 손목을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낚아챘다. 그의 눈은 더 이상 잠에 취해 있지 않았다. 노란 삼백안이 형형하게 빛나며, 눈앞의 철없는 아내와 그녀가 든 '흉기'를 번갈아 노려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낮게 으르렁거리는 맹수처럼 위협적이었다. 

"이 아침부터 잠자는 사람 깨워서 한다는 짓이, 고작 침대에 짜파게티를 들이미는 거냐고. 이거 흘리면 어쩔 건데. 어? 이 시트, 어제 내가 간 거 안 보여? 여기다 그 검은 국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뜨리면, 네년 엉덩이를 국수 가락처럼 길게 늘여버릴 줄 알아."

그는 으름장을 놓으며 그녀가 들고 있던 그릇과 젓가락을 빼앗아 침대 옆 협탁에 내려놓았다. 쿵, 소리와 함께 그릇이 놓이자 레이가 움찔했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레이의 손목을 붙잡은 채, 그녀를 제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중심을 잃은 레이가 그의 단단한 가슴팍에 폭삭 안겼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오직 그녀만이 들을 수 있는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니면… 그냥 이 자리에서 맛을 봐줄까. 국수 말고, 너를."

그렇게 말하며, 그는 보란 듯이 그녀의 어깨에 고개를 묻고 잘근, 하고 깨무는 시늉을 했다. 순식간에 험악했던 분위기가 질척하고 농밀한 기운으로 바뀌었다. 장난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침부터 시작된 그녀의 엉뚱한 도발에 기꺼이 어울려주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사랑스러운 여자를 어떻게 혼내줘야, 다시는 침대에서 이런 위험한 장난을 치지 않을지, 즐거운 고민이 시작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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